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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팡팡 통통

며칠 전에 공연 영상을 찍을 일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찍힐’ 일입니다. 사물을 비롯한 우리 악기 그리고 서양 악기, 민요가 어우러지는 공연입니다. 저로서는 좀 특이한 일이었습니다. 어려서 특별히 음악을 배울 기회가 없었고 소질도 없었기에 공연에 참여할 일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시절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무척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연극을 했던 기억, 문학의 밤에서 시낭송했던 기억 모두 기쁘고 고마운 추억입니다. 아무튼 음악으로 공연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던 저에게 2019년 귀한 기회가 생겼습니다. 장구를 배우게 된 겁니다. 장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릴 걸 알기에 늘 포기했던 일입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배우기로 한 곳은 한 달에 한두 번 자선공연도 하는 곳이어서 배우고 나눈다는 점에서 더 기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건 아내와 함께하자는 생각에 물었더니 기꺼이 찬성이었습니다. 장구를 전혀 모르는 저와는 달리 아내는 대학 시절 국악 동아리에서 가야금을 배웠기에 쉽게 장구의 박자에도 적응해 갔습니다.     저는 예상대로 더디게 배웠습니다. 급할 건 없었습니다. 어차피 평생 하려고 시작한 일이니까요. 어렵지만 즐거웠습니다. 새로운 세계는 맛보지 못한 즐거움을 줍니다. 이런 맛도 있구나 하며 놀라게 됩니다. 그 이후 여러 일이 있었기에 끊이지 않고 장구를 배우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배우지 않는 시간에도 몸속에서는 장구의 리듬과 소리 그리고 몸짓이 계속되었습니다. 배우나 배우지 않으나 같은 경지로 나아가고 있었던 걸까요. 이러한 경지를 동정일여(動靜一如)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참선할 때나 세상을 다닐 때나 변함이 없는 경지입니다. 저는 배울 때나 배우지 않을 때나 한결같은 상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라는 재앙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그 덕분에 장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습니다. 소규모 모임만 가능했기에 아내와 둘만 배우는 시간을 가진 것입니다. 그렇게 매주 배우면서 조금씩 장구가 더 익숙해졌습니다. 장구를 배우면서 꽹과리도 북도 징도 조금씩 배웠습니다. 다른 악기를 배우니 장구 소리가 더 잘 들려왔습니다. 모든 것이 서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겠죠. 민요도 배웠습니다. 민요는 어렵지만 제 감정을 움직입니다.     그렇게 코로나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고 직접 할 수 없는 자선공연을 영상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고 그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연습이 1년쯤 지나고 드디어 지난 토요일 영상을 찍었습니다. 아마추어 공연단이고 제대로 모여서 연습할 수는 없었지만 코로나를 지나온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족함을 알기에 ‘기쁜 부끄러움’입니다. 저는 아직 장구를 치기에는 부족하여 징을 주로 담당하고 북도 한 부분 참여했습니다. 민요도 잠깐 혼자 부르기도 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공연 영상촬영이 끝나고 잠이 들었는데 잠속에서도 장구와 민요를 합니다. 즐겁게 하네요. 꿈이나 생시나 구분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단계를 오매일여(寤寐一如)라고 합니다. 깨어있을 때나 잠들었을 때나 깨달음에 변함이 없는 단계입니다. 깨달음의 더 높은 단계는 생사일여(生死一如)라고 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넘는 단계입니다. 그 단계까지 이르기를 소망해 봅니다.   ‘도파민 팡팡 세로토닌 통통’이 우리 자선공연단의 구호입니다. 음악이 약보다 낫다, 서로 음악과 함께하는 위로가 약보다 귀한 치유라는 믿음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효과가 나타납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우리도, 듣고 보는 이들도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솟아납니다. 팡팡, 통통.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우리 자선공연단 공연 영상촬영 장구 소리

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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